척수신경이 손상되면 마비, 감각장애, 통증, 배뇨장애, 배변장애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 가운데 통증은 척수 손상 후 흔히 접하는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척수손상 환자의 약 80%에서 만성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약 3분의 1은 일상생활동작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한 통증으로 인해 '차라리 신경 회복의 가능성과 통증을 맞바꾸고 싶다'고 말할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낮보다는 밤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척수손상 상부의 침해성 통증은 외상 시 입은 연부조직과 골조직의 손상, 장기간 미사용으로 인한 근육의 염좌, 반복적 과다사용으로 인한 기계적 근골격계 통증이 가장 많습니다. 가장 흔하게는 만성 하지마비 환자의 50%에서 생기는 어깨통증으로 과사용이 주된 원인이 됩니다. 척수손상 상부의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엄지손가락부터 약지까지의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수근관증후군이 있습니다. 수근관증후군은 하지마비 환자의 3분지 2에서 발생되며 수상 후 시간이 경과될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됩니다.

척수손상 부위의 침해성 통증으로 대표적인 것은 사지마비 환자에서 생기는 어깨 통증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심한 변비, 장폐색, 신우신염 등으로 인한 내장 통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척수손상 부위의 말초성 신경병증성 통증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신경근 손상으로 인한 통증으로,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 전기충격 같은 통증, 화끈거리는 양상으로 나타나며 주로 신체의 한쪽에만 발생하는 편측성 통증이 많습니다.

반면에 중추성 신경병증성 통증은 대부분 양측성으로 나타나며 발작성 통증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통증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로 조이는 느낌, 압박감, 무딤, 저림, 뜨거움, 시림 등 다양한 양상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척수손상 하부의 침해성 통증은 주로 불완전 손상이 있는 환자에서 발생되는 경직으로 인한 근육 통증이 가장 흔합니다. 반면 척수손상 하부의 신경병증성 통증은 지속적인 화끈거림, 압박, 짓누름, 시림, 무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등을 호소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나 날씨 변화 등에 의해 심해지기도 합니다.

척수 손상 후 통증은 대부분의 경우 다양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척수 손상 후 통증에 쓰이는 약물로는 항우울제, 항경련제, 트라마돌 제제, 몰핀 제제 등과 같은 다양한 약물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러 통증이 심한 경우 여러 가지 약물을 복합해서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을 쓰기도 하는데 간혹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 하에 사용해야만 됩니다.

약물 이외의 치료법으로는 근골격계 통증과 신경근 통증에 특히 효과적인 경피적 전기자극치료(TENS)가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러 통증이 심한 환자들은 경피적 전기자극치료기(저주파치료기)를 자가 구매해서 통증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전기치료의 금기증이 없는 환자라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그 외에 척수손상 후 난치성 중추성 통증치료를 위해 척수자극법 수술을 받거나, 척수 후근 유입부 소작술 등 외과적 처치나 수술을 받기도 합니다.

척수손상 후 통증은 때로 아주 극심하여 이로 인해 재활치료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통증 가운데는 의료진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으므로 통증에 대해 환자 자신이 극복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맨위로 이동